새벽단상

불면독백

yousong 2004. 9. 9. 13:19

잠을 잊은 그대에게...란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잠을 잊은 지 3년이 족히 지났네요.
일을 하다 늦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습관처럼 되었으니
이를 불면증이라 한다더군요.

하루 네 시간.
잠에 빠져 든다기 보다
잠을 청하는 것이 맞습니다.
아무리 누워서 검은 천정을 보며
눈을 감은 채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세어 보아도
스르르 잠에 빠지진 못하더군요.

왜 잠 못 드는지...
곰곰히 생각해 봐도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몸은 천 근 만 근 깔아지는 데,
눈은 말똥말똥 거리기만 합니다.

잠 못들 때...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개똥이는 지금 어떻게 늙어 갈까...
어릴 적의 새침이 영순이는 지금도 영민할까 하며,
일부러 생각을 해도 끊임없는 생각의 파장만 더 할 뿐.
지난 시간과 날들을 떠올려 보기도 하지요.
젊었을 시절의 데이트도,
첫 사랑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그래도 말짱 황입니다.

억지로 눈을 감습니다.
눈을 감으면
처음엔 시커먼 것이 감긴 눈에 보이지요.
아마 눈꺼풀만 덮었지 신경은 그대로여서인지 모릅니다.
시커먼 상태에서 좀 지나면 광채같은 것이
휙휙 날아 다닙니다.
그리고 뭔가 흩어 졌다, 모아 졌다하는...
현상들이 반복되고요.
그러다 나도 모르게 넉 아웃되어 버리는 겁니다.

불면이 오래 가면 쉬이 늙고 병들기 쉽다는데...
3년을 그랬으니 오죽 하겠습니까.
어제도 밤을 꼬박 샜지요.
밤새우기를 밥먹듯이 하니 놀랄 일은 아닙니다만...
오전에 일어나 컴을 켰습니다.
그랬더니 누군가가 트래킹을 시작하더라는 거지요.
검색하니 그제부터 누군가가 트래킹을 했더군요.

뭐 그것도 실상 놀랄 일은 아니지요.
들어와 어떤 놈인가 구경하고 싶다는데...
그래서 멍석을 깔아 주기로 하였습니다.
들어와서 놀라고요.
그런데 들어와서 노는 것은 좋으나,
다른 데 들어 가서 노는 것은 전 책임 못집니다.
그로 인해 사회생활의 불면현상을 겪을 수 있습니다.

오늘도 불면에 시달릴 지 모르겠습니다.
하여 이젠 불면을 즐기고 오히려 활용을 해보면
어떨 지를 고려 중입니다.
잠 안 자니 시간이 널널해서 좋군요.
억지로 눈 감을 필요없이
하는 일이나 계속 하렵니다.
때에 따라선 트래커도 잡아내고 말입니다.

이젠 씻으러 가야 겠습니다.
횡설수설을 이틀 연장 하니까...
나의 리듬이 많이 흩어러져 있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밥 먹는 일도 3끼나 건너 뛰었으니
깔끔한 식사나 해야겠습니다.

이 밤도 좋은 시간으로 되길.

 

裕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