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단상

새벽편지

yousong 2004. 9. 9. 13:23
잠시 눈을 붙였다 목이 말라 일어났습니다.
밖은 사위가 고요한데..
내 마음은 잘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복잡하기만 합니다.
폐부 깊숙히 집어 넣었다 뱉어 버린 연기는
눈 앞에서 서서히 머리 풀어 헤치며 사라지지만,
어딘가로 제 자리를 찾아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우주의 원리...
소멸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있습니다.
우주의 원리 속에서 반응하는 새벽의 나는
생각의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무언가를 찾아 나섰습니다.
바로 당신입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당신을 떠올립니다.
길 가다가 당신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면
의식의 바닥에서 당신이 떠올라 오더군요.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누구나 갖고 살아 가듯이...
내게도 그런 램프에서 당신이 순간순간 떠오릅니다.
당신은 나의 주인입니다.
아무런 말없이 형상만 올랐다 사라지는 당신이
야속할 때가 많았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당신이 곁에 없다 느껴질 때...
허전함과 동시에 가슴이 띄기 시작하더군요.
가슴이 진정되지 않을 때...
가끔씩 와인병을 찾습니다.
당신은 내게 취하지 말라 했었지요.
새벽에 마시는 차가운 와인이 목줄기를 타고
싸하게 깊숙히 흘러 들어가는 느낌은...
내 감정의 전이를 막으려는 듯 나를 누르고 맙니다.

아침이면...
모든 것이 지워지고 없습니다.
망상과 일상을 통해 생겨난 느낌과 느낌들...
지워지기 전에 낙서로 연결하는 나의 오래된 습성처럼
당신이 떠올랐다 사라지기 전 내 생각을 기록합니다.
당신의 음성 테이프가 빨리 돌다가 느리게 돌다가...
고유한 음성이 뒤틀리고 꼬인 채 전달됩니다.
맑고 깨끗한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혼탁한 세상에서 나를 나타내려 했었던
철없던 시절의 내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가진 자도 못되고,
든 자도 못되고,
난 자도 못되고,
된 자도 못되는...
실로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바로 나란 것을 압니다.
내 삶을 통해 생성되는 욕심과 허물은...
어떤 모습의 소멸로 연결될 지 궁금하군요.
당신을 통해서 나를 바로 세우고 싶습니다.

아침을 당신과 함께 맞고 싶습니다.
당신이 걸었던 그 길을 산책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내게 말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둘씩 꺼내서 두고두고 새기겠습니다.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裕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