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단상

시간은 흐르고

yousong 2004. 9. 18. 15:40
시간이 흐르고,
세월도 따라 흐른다.
아무 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는 세상에
안절부절하다가 다 놓쳐버린 세월이다.
삶을 제대로 살아 보겠노라고
하루하루의 시간표를 짜놓고 실천해보려 노력해보지만,
그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내 앞에 닥쳐 있는 크고 작은 일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바로 코 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려면 골이 지끈거린다.
그 일들을 처리하려면 걸리는 시간이 적잖다.
시간을 요리하며 사는 사람들...
여유롭고 한가하게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편히 살 수가 있는지 궁금하고 부럽다.

과거에 어느 가수가 불렀던 힛트송...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이 노래가 한동안 뜨더니, 결국 된서리를 맞았던 시대가 있었다.
젊어서 논다는 말이 시대상황에 역행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인가... 이젠 살만한 사람들은
더 나이들기 전에 지금 여유를 즐겨야 된다고...
돈과 정열을 쏟으며 여가를 즐기고 있다.

어떤 이는 돈이 없어 우울에 잠기고,
어떤 이는 돈이 많아 여가를 즐기고,
각자의 달란트와 생활과 삶의 방식이 달라서인지
나에겐 없는 돈과 시간, 그리고 여유를 즐긴다.
사람사는 방법은 그리 다르지 않건만,
여가를 즐기는 방법은 너무나 다르다.

시간과 여유가 많은 이들에 대한 생각이 많다.
그들의 행동과 삶의 방식에 동경심이 생긴다.
외골수적인 삶을 살아온 결과...
나는 아무런 변화도 없고, 생활의 활력을 잃어 간다.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있는데,
엊그제 같던 청춘시절은 오간데 없고,
지천명이라는 단어가 떡하니 코 앞에 서있다.

무엇때문에 그리 바쁘게만 살았을까?
가끔씩 모임자리에 참석해 보면
그리 즐겁고 흥겨워 보일 수가 없다.
그런 자리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모처럼 여유와 호기도 부린다.
내 삶의 목표는 무엇일까?
이루어 놓은 것은 고사하고, 해야 할 일과
지천에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스스로 반문해 본다.

50줄 밑깔아 놓은 이 시점에서
자기만족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다.
과거나 지금이나, 그리고 도래할 미래마저도
나에게는 여유를 주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이루어 놓은 것도, 할 일도...
정점에 달한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루어 지지도, 할 일이 사라지지도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시간의 개념이 다를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활용하는 의미와 그 내용도 다를 것이다.
시간이 흐르므로 인생이 흐르고,
인생이 쌓이면서 삶의 만족이란 없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도 내일도 어느 푯대만을 향한 채
고단한 노정 속을 마냥 걸어가고만 있을 것이다.
흐르는 시간의 의미를 깨닫지도 못한 채...

裕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