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사의 가을...
토요일의 산사로의 여행...
이교수의 갑작스런 전화, 한 통에 부산히 움직였다.
주말이라 늦잠을 자고 있는 나에게 핸드폰이 울렸다.
"뭐하요? 지금 나오소. 우리 청암사로 산책이나 갑시다".
이렇게 사색여행을 하자는 이교수의 제의에
두 말 않고 늦잠자던 자리를 일어나 씻고 뛰쳐 나오다시피 했다.
둘이서 만나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한참 '썰'을 풀어가며
성주댐을 지날 즈음에 다다른 곳이 '디딜방아'란 식당.
아침을 못 먹은 관계로 들려서 간단히 하고 가기로 했다.
식당문을 여는 순간 보여지는 내 짝재기 신발...
한쪽은 랜드로바, 한쪽은 구두.
이렇게 난감할 때가 또 어디 있나.
식당에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더니...
대구 모대학의 모교수님이 우리 일행을 알아보신다.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세상이 참 좁다란 생각을 하다가
그 분의 이끌림에 자리에 앉아 수제비와 해물전을 들고
동동주 한 사발을 얼른 들이키고 자릴 나왔다.
다시 청암사...
가을이 깊어서 인지...
울긋불긋함은 많이 사라졌으나
가을만이 갖는 정취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젠 들국화와 쑥부쟁이가 돋보이는 계절...
길은 바람에 나부끼는 노란 은행잎과 단풍잎이
어디에서 반상회를 하는 지 떼지어 휘날리고 있었다.
얼마가지 않아 청암사 입구로 들어서자
대번에 서늘한 산의 영험한 기운들이 가슴으로 들이찬다.
차에서 내려 한적한 산사의 입구를 걷기 시작했다.
모처럼 남정네 둘이서 움직이는 것인지라...
도보도 빨랐지만 이해관계없는 친구이라서인지
마음은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산사의 가을이 아름답다는 것이야 알지만,
우리 남자 둘은 그 분위기에 흠뻑 빠질 정도로
빼어난 경치와 맑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촬영장소로 좋았으나 두 양반의 사진촬영실력이
영.. 아니라서인지 제대로 디카에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가끔 청암사를 들리지만 나를 맞아주던 어치란 놈도
그리고 까치란 놈도 어딜 소풍갔는지 나타나지를 않아
조금은 서운했으나 아름다운 산하가 맞아주니
넋을 잃을 정도로 맑은 곳에서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나이가 든 두 양반이 장난감같은 카메라를 들고
서로 포즈를 요구하고 셔터를 눌러대고 있으니
주변을 지나던 객들이 쳐다보는 눈총이 느꼈으나
지나는 부부에게 둘의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도 해보고,
평소 하지 않던 짓거리를 하면서도 둘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청암사는 비구니승들의 요람이었다.
승가대학이 있었고, 가을과 겨울맞이 준비를 하느라
산사는 여느 때완 달리 부산했다.
새로 신축하는 사찰 건물만 6동이었고,
무슨 행사가 있는지 청암사 안쪽에는 외국인들과
여러 방문객들이 제법 있었다.
비구니 스님과 촬영을 하고...
스님에게 메일주소를 주면 사진을 보내드리겠다고 하니..
솔바람이란 이름의 메일주소를 알려 주신다.
세상 참 많이 변했음을 실감했다.
이런 산사에도 인터넷이 다 있고..
그런 문화를 스님들도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현대문명이 얼마나 앞서 가는 지를 느꼈다.
개울의 물은 여전히 맑고,
산허리를 돌아가는 곳에 우비천이란 샘터도
여전히 맑은 물이 고여 있었다.
재작년 홍수로 인해 망가진 개울과 산사를 고치느라
모든 것이 북적댔지만,
그래도 입구는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어서
우리들이 휴식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둘이서 오가며 아무 말이 없어도 좋을...
그런 곳에서의 휴식은
찌든 생활을 정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청암사는 여전히 나의 마음의 쉼터였다.
裕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