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넋두리
가을 땅을 밟는 소리가 정겹다.
작은 뜰이라 할지라도
팍팍한 땅을 지날 때 나는 소리가 다르다.
생명을 다해 떨어진 것이 아닌
새생명을 위해 순환하는 나뭇잎들의 숭고함이
낙엽을 밟고 지나갈 수가 없다.
나의 애물단지 '멍개'와 함께 걷는 뜨락의
붉은 칸나 꽃잎은 시들었지만,
그 위풍당당한 잎사귀는 풍만한 여인의
넉넉함처럼 편하게 안긴다.
배롱나무의 꽃들이 진 지 오래지만
매끈한 각선미로 내 눈을 현혹시키고 남는다.
멍개의 콧김이
내년을 기약하며 움츠려든
이 땅의 생기들과 조우하는 듯
코를 땅에 박고 씩씩거리며 킁킁거린다.
한 구석에 만든 닭과 오리, 토끼장...
그 놈들의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보고 있노라면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있음이 감사하다.
올 식목일에 심었던 줄장미들...
한결같이 잘 자라 장미를 꽃 피웠을 때
얼마나 고맙고 감사하던지.
식물도 주는 사랑만큼 자란다 했던가.
난과 선인장 등 내 방에서 키우고 있는 그들을 대하면
물 걱정, 온도 걱정, 햇빛 걱정...
이파리 하나하나 수건으로 닦아 주는 기쁨을
그 누가 알리오.
날씨가 부쩍 차가워졌다.
멍개 놈이 감기가 들지 않을런지...
이 시간이면 안부가 궁금하여 슬며시 다가가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난리가 아닌 놈이 고맙다.
전화로 안부와 건강을 챙겨주는 친구가 있어
이 가을이 뿌듯함으로 다가온다.
하늘엔 빼곡히 들어찬 영롱한 별들이
차갑게만 보이지만
훈훈함으로 나를 잊지 않고 반겨준다.
새벽에 눈을 떴을 때,
무엇이 떠오를까?
보고 싶은 나의 사람과 이웃들...
그들이 있어 행복한 가을 밤이다.
裕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