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걸으며

자유함

yousong 2005. 4. 6. 07:05

어치란 놈의 새...
크기는 비둘기만하다.
깃털의 색깔은
나무색과 노란색,
그리고 푸른 초록이 형광처럼 빛났다.
어치란 놈, 한 마리가 나의 주변을 맴돌았던 하루.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저 가지에서 다른 나무로 오르고 내리던 어치.
자유로운 그놈의 몸짓에
온 정신이 팔렸다.

저 어치의 생각을 알 수가 있다면,
몸짓을 통해 나와 대화할 수 있다면,
어떤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 놈은 할 말이 많을 것 같아 보였다.
어떤 새든 주변에 암수가 있기 마련인데
30여분 동안 같이 있던 어치는 분명 홀로였다.
그래서 인가 그 놈의 몸짓은
많이 외로워 보였다.

혹 저 놈이 짝을 잃은 것은 아닌가.
혹 저 놈이 새끼를 버리고 가출한 놈은 아닌가.
짧은 시간에 관찰되어지는 어치를 따라
그 놈이 움직이는 것만큼,
그 만큼만 따라 움직였다.
꼭 어딘가에 홀린 사람마냥.
갸우뚱거리는 고개짓이
마치 나와 이야기라도 금세 할 것 같았던 느낌의 새.

잠시지만 자연을 생각했다.
자연속의 인간.
그 자연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싶었는지
순간 솜털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작은 원소같은 존재로서의 나.
어치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순간적인 생각이 들었다.
우주 속의 인간.
인간 속의 나.
참 작고 보잘 것없는 존재임을 부인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어치보다도 자유롭지 못한 존재가 나 아니던가.

대자연 앞에서 미물에 불과한 존재.
어치의 파닥거림에 넋을 놓고 있었던 내가
과연 어치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가.
어치는 나를 조롱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치가 가지를 박차고 비상했다.
비상한 새처럼 자유롭고 싶다.
그 자유에 목말라 하지 않으며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찾고 싶다.
우주속의 인간.
인간과 자유.

오늘 만난 어치가 주었던 메시지가 있었다면,
"온전히 너의 마땅한 자유함을 생각하라" 였을지도....


裕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