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단상

새벽

yousong 2005. 6. 19. 05:20

 

잠시 눈을 붙였다 목이 말라 일어났습니다.
밖은 사위가 고요한데
내 마음은 잘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복잡하기만 합니다.
폐부 깊숙히 집어 넣었다 뱉어 내는 연기는
눈 앞에서 서서히 머리 풀어 헤치며 사라지지만,
어딘가로 제 자리를 찾아 갑니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우주의 원리.
소멸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있습니다.
우주의 원리 속에서 반응하는 새벽의 나는
생각의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무언가를 찾아 나섰습니다.
바로 당신입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당신을 느낍니다.
의식의 바닥에서 당신이 떠오릅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누구나 갖고 살아 가듯이 
나의 램프에서 당신이 순간순간 나타남을 고백합니다.
당신은 나의 주인입니다.
아무런 말없이 형상만 떠올랐다 사라지는

당신을 붙잡지 못하는 나의 우둔함을 고백합니다.

새벽에 일어나 당신이 곁에 없다 느껴질 때,
허전함으로 가슴이 진정되지 않을 때
가끔씩 와인병을 찾습니다.
당신은 내게 취하지 말라 했습니다.
새벽의 차가운 알콜이 식도를 타고

깊숙히 흘러 들어가는 싸한 느낌은
내 감정의 전이를 막으려는 듯 나를 누르고 맙니다.

아침이면 모든 것이 지워지고 없습니다.
망상과 일상을 통해 생겨난 느낌과 느낌들.
지워지기 전에 낙서로 연결하는 나의 오래된 습성처럼
당신이 떠올랐다 사라지기 전 내 생각을 기록합니다.
당신의 음성 테이프가 빨리 돌다가 느리게 돌다가
위대한 당신의 음성이 뒤틀리고 꼬인 채 전달됩니다.
당신의 맑고 위대함을 만나고 싶습니다.

내 삶을 통해 생성되는 욕심과 허물을
당신을 통해 바로 세우고 싶습니다.
당신이 걸었던 그 길을 따라 걷고 싶습니다.
당신이 내게 말씀하셨던 참 이야기들을
하나 둘 꺼내서 두고두고 새기겠습니다.
동트는 찬란한 아침에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裕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