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아리랑
거무튀튀한 툇마루에 걸터 앉아
찌뿌둥한 하늘을 응시하시는 할머니.
근심어린 표정이 얼굴 가득하시다.
이내 '명태잡이'란 아리랑을 부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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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서방님은 명태잡이를 갔는 데
바람아 강풍아 석달 열흘만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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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죽고 내가 살아 무엇을 할까나
어쨌던지 살아서 돌아만 와라
*
너보고 날봐라 너따라 살겠나
정리가 좋아서 내가 너따라 산다
*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흥흥흥 아라리가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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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곤 환한 얼굴이 되시며 나를 바라 보신다.
- 나요... 우리 서방님에게 이 노래 들려주면 되게 좋아하셨당께라.
- 긍께 논산에서 살다가 목포로 온 지 40년 됐지라.
- 이 아리랑은요... 벌써 간 서방님 생각날 적마다 부르지라.
할머니의 우수어린 표정이 젊으셨을 적 아릿다운 모습이 연상됐다.
논산댁이라 불리우며 타향 목포에서 곱게 사셨던 분.
할머니의 표정이 오늘따라 치매끼라곤 찾을 수가 없었다.
아직도 서방님이라 부르시는 먼저 가신 바깥 어르신에 대한 그리움을 읽었다.
대번에 표정이 바뀌며 하시는 말씀...
- 그란데 아저씬 누구요?
할머니가 치매환자가 된 지 3년 째.
독실한 신앙인으로 권사라는 직분을 가지셨단다.
가끔씩 본 정신 돌아오면 곱고 수더분한 아낙으로 바뀌시고
곧잘 노래로 아리랑과 신식 가요까지 못 부르시는 게 없으시다.
- 할머니... 명태잡이 가셨는데 위험하잖아요. 왜 강풍아 석달 열흘만 불라 하지요?
- 아... 그건 강풍이 불어야만 명태잡이가 잘 돼서 안그라요.
- 그래서 2절에 부디 죽지말고 살아서 돌아오라 하잖소.
- 이 노랜 말이오... 나이 들어 정을 갖고 살아가는 인생철학이 있는 거지라.
- 네... 할머니 오늘따라 무척 고우세요.
- 비가 내릴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이내 할머니의 눈가엔 이슬이 맺히셨다.
무언가 하실 말씀이 많으신 듯한 할머니.
- 나 들어 갈라요...
- 네 할머니...
치매환자이신 할머니의 한을 보았다.
그 깊은 내막까지 알 수가 없다.
여든하나가 되신 할머니지만...
언제나 깔끔하고 단아하시다.
홀로 외로이 계신 할머니의 나홀로 아리랑...
생각이 깊으신 할머니의 걸어오신 여정을 되짚어 가고 싶다.
갯내음이 느껴지는 끈적한 바람이 분다.
裕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