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걸으며

멍개의 호강

yousong 2005. 6. 1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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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보이는 향교의 머리 위로 비가 내린다.

보은산 자락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뿌려지는 비의 가락이 보인다.

어둑한 산허리를 가로 질러 나있는

오솔길을 비 그치면 걸어봐야겠다.

 

멍개 놈이 보챈다.

집에 들어가지도 않은 채

비를 홀딱 맞으며 어디엔가 응시하며 무엇을 생각하는지.

지 에미 애비를 생각하는 것일까.

멍개의 꽁알거림이 빗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다.

 

황순원 소나기만큼

가슴을 울리는 비는 아니지만

며칠동안 무더웠던 날을

잠재우기에 딱 좋은 여름비...

멍개의 머리 위까지 내려 앉은 하늘가에서

멍개와 둘이 서로 등밀어 주면 어떨까 생각했다.

 

욕실에서 놈의 등허리에 샴푸를 발랐다.

따뜻한 물로 뿌려 줘서 그런가...

멍개가 눈을 지긋이 감는다.

마치 사람같이.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내고,

드라이어의 금속성 소리에 찡그리고 움츠린다.

편안한지 꿈쩍도 하지 않는 놈.

 

새로 산 빨간 목걸이에 줄로 치장을 하고 ,

멍개 집도 닦에 내고, 

이부자리도 새 것으로 깔아주니

머리를 박은 채 코를 부비고 난리났다.

처음 시켜 준 호강이다.

부러운 놈.

 

裕松

사진 11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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