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자락에 있는 한국자생식물원에서 만난
벌개미취 군락이다.
차라리 커다란 밭이라고 해야 좋을 듯 하다.
국화과에 속하는 벌개미취는
연보라색을 띠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흔히들 아름다운 이를 비유할 때
꽃을 자주 떠올린다.
벌개미취는 순박한 느낌이다.
벌개미취는 어떤 이가 잘 어울릴까.
장미를 닮았다느니, 능소화를 닮았다느니...
그러나 벌개미취를 닮았다는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게도 쪄대던 폭염은
오대산에선 폭염의 힘을 느낄 수 없었다.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로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였다.
아... 얼마만에 느껴보던 길이었던지.
마사토로 이루어진 흙길의 내음은
초록의 향기와 함께 내 코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서늘함, 아니 한기를 느끼게 만들던 오대산 길.
자연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인간군상들이 사는 사회...
찌들어 버린 세상사,
뒤틀리고 흉물스럽게 변해버린 마음들,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과 인간들...
그 속에서 또 다시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그 인간군상의 성원이다.
벌개미취처럼 순박했으면 좋겠다.
잃어버린 인간의 심성을 찾을 수 있다면...
휴가란 잃어버린 것을 찾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일진데...
찾아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3일간의 휴가는 짧았다.
다시 떠날 곳을 찾아봐야겠다.
벌개미취처럼 때묻지 않은 순박한 곳으로.
裕松
사진 092_1156116498406.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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