報恩山으로부터 내려온 봄의 기운이
나를 일어나라 흔들었다.
오늘이 토요일인가.
창문 커튼을 걷으니
마른 피부에 몇방울의 생명이 떨어진다.
봄비처럼 따스한 기운이 내게도 온다.
봄처녀를 느끼며 미소짓는 초록의 대지는
어느새 나를 보듬고
남도의 봄을 갈구하게 만든다.
버스에 올랐다.
시외버스 안은 흐린 날씨와 가랑비때문에
사람냄새가 물씬 났다.
남도 특유의 억양이 정겹다.
저 넘어 산등성이 갈색 머리에
차츰 연초록 숲이 한올 한올 많아짐은
내 사랑이 점점 다가옴이런가.
차창 밖의 풍경이 나를 사로 잡는다.
친구와의 조우...
지난 겨울에 만난 후 오랜만에 본 친구는
남도의 봄을 느끼려면 나주호가 적격이란다.
나주호로 달렸다.
어느새 봄이 이만큼 왔는지...
연분홍의 진달래 잎이
아름다운 여인네의 입술을 닮았고,
길가에 무리지어 있는 개나리군락은
유년의 꿈을 떠올리게 한다.
벌써 벚꽃이 폈다.
길가 양쪽으로 일렬 횡대로 나래비 서있는
연한 꽃잎의 미세한 흔들림은
강렬한 봄의 전령이다.
봄은 화려하기보다 우아함으로 다가온다.
회색하늘을 배경으로
찾는 이 없는 연초록의 얕은 산,
풋풋한 보릿대와 사과꽃의 만개...
인적이 드문 아스팔트 위로 내리는
봄비가 어우러져 을씨년스럽다.
안개비 내리는 나주호...
아베크족을 만났다.
화사하게 차려입은 젊은 여인네.
열심히 디카를 들이대는 청년.
그녀의 미소가 싱그럽다.
티없이 맑은 영혼을 가진 듯한 두 남녀,
두 팔 벌려 활짝 만개한 꽃잎처럼
웃으며 셀카를 찍어대는 모습이 싱그럽다.
늘씬한 키에 잘 맞춰입은 봄옷이 상큼하다.
친구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학교에서 회의가 소집된 모양이다.
광주로 가자는 친구.
그러나 결국 점심을 그른 채 강진으로 향했다.
봄비가 그쳤다.
나른함에 눈꺼풀이 내려 앉는다.
만끽하고 싶었던 남도의 봄은
미완성으로 마감한다.
방송 인터뷰, 각종 회의...
며칠동안의 피곤했던 일정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3월을 마감하고 4월의 시작,
나의 봄처녀 만나러 꿈속으로 가련다.
裕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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