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소낙비

yousong 2005. 6. 28. 13:25


 

세찬 바람과 소낙비가 뿌렸다.

이런 날엔 소주 한 잔이 간절하다.

김치 한 조각이면 어떠랴.

설컹거리는 김치조각을 오래도록 씹으며

차가운 소주가 식도를 타고

속으로 들어가는 알싸한 느낌이 좋을 날이다.

 

내 기분에 따라 단비일 수 있고,

때로는 서러움일 수도 있는...

이런 소낙비를 직접 맞으며 걸어본 때가 언제던가.

홀딱 젖은 생쥐머리에...

맨살에 착 달라붙은 런닝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소년시절.

낯에 흐르는 빗물을 손으로 쓰윽 훔쳐내며

악동들과 생각없이 뛰어 놀던 그 때가 그립다.

 

자동차가 드물던 그 시절...

철벅거리는 흙탕물에 맨발로, 때로는 고무 장화신고

물탕을 튀기며 걸었던 소낙비 내리던 날.

어여쁜 아가씨만 골라 흙탕물을 튀기고 달아나던

얌통머리 없는 운전수의 심통이 떠오르는 오늘은

통쾌하게 웃으며 달아 빼던 그 총각모습이

오히려 순수함으로 떠오른다.

 

"우르르꽝쾅쾅~~!!!"

예리하고 서슬이 시퍼런 칼날같은 번개가 치던 날,

슬레이트 집 유리창 안.

마루에 걸터 앉아 바라보던 창밖 세상...

 

폭우를 그대로 맞으며 저만치서 걸어 오는 소녀...

우산도 없이 담담히 걷어가던 무표정한 계집아이의

젖은 살색 실루엣이 골목 귀퉁이로 사라졌던 그 소녀는

이런 날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부질없는 생각이다.

 

소주를 맥주 잔에 딸아 벌컥벌컥 들이키고 싶다.

10원짜리 된발음으로 지랄같은 세상을 안주삼아 씹고픈 날이다.

서습지기(暑濕之氣)가 휘감는 오후다.

소낙비 맞으러 동산으로 갈까나...

푸념을 잘 들어주던 '딱 한잔 집' 酒母하고 소주 한 잔 기울일까나.

 

裕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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