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좋다.
눈이 내려도 좋다.
전등불이 희미하면 더욱 좋다.
길 모퉁이를 돌아서면 나오는
흰색 벽돌집이면 더 좋다.
도도한 당신 콧대같은 한강의 선상 카페도 좋다.
와인을 마시고 싶다.
음미할 줄을 몰라 단숨에 들이키는 것을 좋아한다.
잔이 비워지면 채우고, 또 비우면 또 채우고.
특별한 안주 없어도 되지만
무드 음악 없어도 되지만
내 이야기를 들어줄 당신은 있어야 된다.
잔잔한 일상부터 넋두리까지 들어 줄...
그리고 땅콩을 까줄 수 있는 사람.
때로는 내 말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를 열받게 해줄 수 있는 당신이면 좋겠다.
세상사를 곱씹으며 비판할 줄 아는 당신이면 더 좋겠다.
값싼 와인이라도 좋다.
땅콩과 몇 조각의 쵸콜렛,
해바라기씨 한 줌이라도 좋다.
그리고 붉은 속살을 가진 연어살 몇 점만 있다면
그 보다 나은 와인 분위기가 또 어디있겠는가.
피아노의 둔탁한 저음을 들으며
바이올린의 섬짓한 고음을 들으며
아줌마 엉덩이 같은 첼로의 부드러움을 느끼며
당신과 와인 딱 한 병을 하고 싶다.
떨어져 있어 더욱 그리운 당신과 함께라면...
裕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