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중천에 보름달이 떴다.
사람마다 얼마나 저 달에게 지성을 드렸을까?
산 사람, 죽은 사람들이 빌었던 속 시끄러운 내용들을
저 달은 다 간직하고 있을까.
내가 저 달이라면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다.
모두 자기 잘 되게 해달라고,
자식새끼 잘 되게 해 달라고,
모든 식구들 아무 탈없이 건강하게 해달라고
숱한 이들이 얼마나 빌어댔을까?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잘 되게 해달라고.
뭐 해학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기원하면 정말 들어줄 것처럼 믿는 이들은 없다.
순간적인 마음의 위안을 삼을 뿐이다.
대보름이면 그간에 상처받았던 일들을
내어 놓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저 달에게 난 이랬으니 잘 봐 달라고.
인간 세상에 상처받지 않고 사는 이들이 누가 있을까만,
모든 인간들은 자기 탓은 할 줄 모르고
남 탓으로만 돌린다.
나도 그렇다.
너도 그렇고.
그러나 다행히도 사람에겐 생각하는 능력을 주셨다.
내 탓도 있고, 당신 탓도 있다고 생각할 능력을 주셨다.
소망하는 일들에 대해선
누가 시켜서 하질 않는다.
그저 자발적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절하고 애절한 마음으로 소망을 기원한다.
그러나 소망하던 일 중 하나가 해결되면
그것은 누구의 도움도 아닌, 자신의 능력이고
자기 노력에 대한 당연한 귀결로 마감하는 것인 사람이다.
나도 그렇다.
가만 보면 사람에겐 정말 자기 밖에 모르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남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자기 이야기이면서 남 탓으로 돌린다.
그래서 답답하다.
내가 답답하고, 그러는 당신이 답답하다.
오늘 보름달을 보면서 처연해진다.
무엇을 위해 빌어 볼까 하다가
이내 포기하기로 했다.
내 나이 지천명이다.
이 나이에도 나를 위해 빌어야 할까.
스스로 당당할 나이.
이젠 하늘의 뜻도 알아차릴만한 나이.
이 나이에 많은 것을 떠올리며 반성한다.
"네 탓이오"가 아닌, "내 탓이오"...로.
내가 알았던 50세 된 보름달에게 말을 건네고 싶다.
묵묵히 지켜보면서 속이 터지걸랑,
내게 가차없이 말해 달라고 말이다.
그래서 이젠 내가 대보름 당신을 위로해 주겠다고.
裕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