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

대보름 독백

yousong 2006. 2. 12. 20:51

 

검은 중천에 보름달이 떴다.

사람마다 얼마나 저 달에게 지성을 드렸을까?

산 사람, 죽은 사람들이 빌었던 속 시끄러운 내용들을

저 달은 다 간직하고 있을까.

 

내가 저 달이라면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을지 의문이다.

모두 자기 잘 되게 해달라고,

자식새끼 잘 되게 해 달라고,

모든 식구들 아무 탈없이 건강하게 해달라고

숱한 이들이 얼마나 빌어댔을까?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잘 되게 해달라고.

뭐 해학적인 일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기원하면 정말 들어줄 것처럼 믿는 이들은 없다.

순간적인 마음의 위안을 삼을 뿐이다.

 

대보름이면 그간에 상처받았던 일들을

내어 놓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저 달에게 난 이랬으니 잘 봐 달라고.

인간 세상에 상처받지 않고 사는 이들이 누가 있을까만,

 

모든 인간들은 자기 탓은 할 줄 모르고

남 탓으로만 돌린다.

나도 그렇다.

너도 그렇고.

그러나 다행히도 사람에겐 생각하는 능력을 주셨다.

내 탓도 있고, 당신 탓도 있다고 생각할 능력을 주셨다.

 

소망하는 일들에 대해선

누가 시켜서 하질 않는다.

그저 자발적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간절하고 애절한 마음으로 소망을 기원한다.

그러나 소망하던 일 중 하나가 해결되면

그것은 누구의 도움도 아닌, 자신의 능력이고

자기 노력에 대한 당연한 귀결로 마감하는 것인 사람이다.

나도 그렇다.

 

가만 보면 사람에겐 정말 자기 밖에 모르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남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자기 이야기이면서 남 탓으로 돌린다.

그래서 답답하다.

내가 답답하고, 그러는 당신이 답답하다.

 

오늘 보름달을 보면서 처연해진다.

무엇을 위해 빌어 볼까 하다가

이내 포기하기로 했다.

내 나이 지천명이다.

이 나이에도 나를 위해 빌어야 할까.

 

스스로 당당할 나이.

이젠 하늘의 뜻도 알아차릴만한 나이.

이 나이에 많은 것을 떠올리며 반성한다.

"네 탓이오"가 아닌, "내 탓이오"...로.

내가 알았던 50세 된 보름달에게 말을 건네고 싶다.

묵묵히 지켜보면서 속이 터지걸랑,

내게 가차없이 말해 달라고 말이다.

그래서 이젠 내가 대보름 당신을 위로해 주겠다고.

 

裕松

 

 

사진 278_113974429795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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