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걸으며

달팽이...

yousong 2005. 2. 18. 17:02

흐린 날,

흩뿌리는 희뿌연 안개비...

숲의 잡목들이 을씨년스럽고

비에 젖은 누런 풀섶이 물을 머금은 채

봄맞이 채비를 한다.

 

앞산 한 가운데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하이얀 은사시들의 재잘거림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인기척에

입을 다무는 오후.

 

풀잎 길과 진흙탕 길을 지나

숨가쁘게  한 고개를 넘고

비바람에 척박한 가슴을 적시며

오랜 인연의 갑옷을 벗어주고

그리도 가벼운 몸짓으로 서 있는

저 달팽이...

 

뜨거운 가슴으로

세상 이기 다 내려놓은

소리없는 달팽이의 기다림,

오늘도 여전히 침묵 속에 있다.

 

裕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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