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걸으며
동백꽃의 수액만을 고집하는 동박새.
제법 덩치가 큰 그 놈은
동백의 가슴을 풀어 헤치고
대가리를 쳐박고 먹이를 빨아댄다.
이상하리만치 정숙하게.
대숲에서 부는 바람소리는
한 여름 소낙비를 닮았지만
스산한 김영랑의 생가에는
젊음을 다시 터트리려는 듯
모란이 꽃대 위로 눈을 틔우고 있었다.
裕松